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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산사에서 - 초파일 앞두고 ‘잔디불사’
大雲  (Homepage) 2012-05-02 14:58:19, 조회 : 829, 추천 : 192



초파일 앞두고 ‘잔디불사’

교리&법문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도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왔다. 정원에는 연산홍과 인동초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수선화와 튤립이 지기 시작한 화단에는 때맞춰 아이리스, 잉글리쉬 블루벨과 은방울꽃이 봉우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향수의 재료로도 쓰인다는 하얀 종을 매단 수줍은 모양을 한 은방울꽃의 달콤한 향은 사찰을 찾는 분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는다. 겨우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던 잔디도 적당한 수분과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한 뼘씩 자란다.

사찰 뒤 대나무 숲에는 흙 위로 뾰족뾰족 올라와있는 죽순 캐는 재미가 쏠쏠한데 덤으로 축대 밑에는 쑥도 제법 캐먹을 만큼은 자라나서 신이 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죽순과 쑥을 재료로 한 반찬 등 봄나물들이 상에 올라온다.

울타리 옆에 자라나는 뽕나무 어린잎을 따다 무쳐먹어도 별미다. 죽순과 쑥을 캐며 모두 식재료로 쓸 것이란 말에 미국인들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다 반찬으로 올라온 죽순과 뽕나무잎 무침과 쑥국을 먹어보고는 맛있다고 감탄들을 한다.

영리하지만 다소 공격적인 로빈새는 인동초 덩굴 속에, 몸이 온통 붉은색이 매력적인 카디날은 목련나무 가지위에, 파란 깃털을 가진 딱따구리는 나무구멍 속에, 사찰주변 명당자리마다 각종 새들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품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부모들은 먹이를 나르느라 분주하고 도량가득 먹이 달라 보채는 새끼 새들 울음소리로 활기가 가득 찰 것이다.

땀 흘리며 사찰 가꾸는
울력 통해 공동체문화 체험
인종과 문화 서로 달라도
교감하고 화합할 수 있어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찰도 봄맞이와 부처님오신날 준비에 더불어 바빠진다. 사찰대중이라고는 스님뿐이지만 정원손질하기, 등만들기, 불기 닦기, 법당 안밖으로 대청소하기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을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신도님들도 모두 상주대중이라 생각하고 일을 분담한다.

법회가 있는 날마다 점심공양 후에 부다나라 식구들이 모두 참가하는 ‘특별울력봉사’가 있다. 화요법회, 토요법회, 일요법회에 참가해서 정진하는 부다나라 식구들은 모두가 ‘운력수행’에 동참해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 함께 일을 한다는 뜻에서 울력(運力)이라 하기도 하고, 대중이 구름처럼 모인다는 뜻으로 운력(雲力)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도 다리나 우물 등 주로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물들을 만들때에도 모두가 함께 울력에 참여했다 한다.

승가에서도 울력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나면 죽은 송장도 일어나서 일한다고 할 만큼 울력을 중요시하는데, 계속해서 울력에 빠지는 스님은 대중의 화합을 깨고 대중을 불편하게 했기 때문에 대중과 함께 살기 어렵다.

4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잡초제거 울력이 있었다. 점심공양 후에는 잔디밭에 앉아 잡초도 뽑고, 제초제로 잡초가 더 이상 자라나지 못하도록 벽돌 틈마다 열심히 스프레이를 뿌렸다. 햇살 가득한 봄 하늘 아래 신도님들의 웃음소리가 마당가득 울려 퍼지고 이제 막 돌이 지난 니콜라스는 마당에서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행복한 일요일 오후다.

사찰 가까이 살고 있는 김보살님과 여래성 보살님이 평일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스님을 도와 웃자란 울타리를 다듬거나 밭정리를 하고 씨를 뿌리는 일을 거든다.

울력 중에서 가장 힘든 잔디와 나뭇가지치기는 그랙과 스티브가 담당했는데 잔디기계가 지나간 마당은 초록빛 카펫이 깔린 것처럼 정말 멋지다. 잔디 깎는 회사에 맡기면 40불이면 되지만 신도님들은 먼지를 뒤집어쓰며 한여름 땡볕에도 땀흘려 가며 잔디를 깎고 사찰을 다듬고 지켜나간다. 각자가 먹고 자고 일하는 곳과 인종과 문화는 달라도 ‘울력수행’을 통해서 공동체적인 삶을 체험하고 서로가 교감하는 화합의 장이 된다.

▣ 선각스님 | 미국 애틀란타 불국사 주지

[출처] 불교신문 제2811호/ 2012년4월25일 / 홈 > 뉴스 > 교리&법문 > 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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